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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메모의 습관과 힘: 글쓰기는 메모와 함께 시작된다

◈ 마마글-마음에 쓰는 마음의 글: 믿음과 삶에 관하여 ◈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작가들은 대부분 떠오르는 생각이나 어딘가에서 보게 되는 좋은 문구들을 메모하고 그것을 글쓰기에 활용할 것이다. 실제로 그들에게는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좋은 글쓰기의 요소에는 독서나 사유 또는 상상력과 같은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메모는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전적인 용어로 말하면, 메모는 ‘나중에 참고하거나 활용하기 위해서 일상 속 여러 가지 일들을 요점 형식으로 적어놓는 것’이다. 특히,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문득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곧바로’ 노트에 적어두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집에 가서 또는 시간이 날 때 적어두려고 하면 그때는 그것이 이미 우리 기억에서 비껴가서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우리는 모두 이런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도 떠오른 아이디어가 기막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생각해내려고 하면 기억이 나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러니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적어두는 게 지혜롭다.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기록해 두지 않으면 다시금 무의식의 심연 속으로 잠겨 버리고는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때가 다반사다. 다행히도 간혹 다시 떠오르는 행운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게도 그런 노트가 몇 개 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글을 읽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면 곧바로 스마트폰의 메모지에 써서 저장하거나(이 글도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다) 컴퓨터에 적어둔다. 하지만 예전에는 공책이나 작은 메모지에 적어두곤 했다.

     

오래전에 이곳으로 유학하러 왔을 때부터 적기 시작한 것들인데, 지금 다시 보면 남에게 보여주기 창피할 정도로 수많은 잡다한 것들이 적혀 있어서(메모는 그런 장점이 있다. 마음속에 있는 아무것이나 쓰면 되는 것이니까) ‘내가 이런 것들까지 써 놓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두 다 의미와 추억으로 다가온다. 연필로 썼던 것들은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수년간 기록해 둔 것이니 말 그대로 나의 인생 이야기가 된다. 그것들은 당시의 나의 삶의 일부이기도 하고 나로 상상의 날개를 펴고 그때로 가게도 한다.

     

이제는 전에 여러 날에 걸쳐 전부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기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너덜거리는 노트를 내 인생의 추억거리로 삼아 그냥 간직하고 있다.

     

메모 쓰기를 해오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꼭 작가가 되거나 출판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인생의 시간 속에 선물로 주어지는 생각들을, 심지어는 상념들조차도 그때그때 간단하게라도 적어두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그것이 일기 형식이든 단문의 형식이든, 요점 형식(point form)이든 적어두자. 그러면 삶의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동시에 그것을 곱씹다 보면 우리의 뇌 속에서 생각이 생각을 낳아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것들을 확장하고 또 수정하고 보완하다 보면 어느 날, 많은 날 많은 수고의 결과로서 어느 순간 자신에게 의미 있는 글로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 그렇게 이어져서 태어나는 것이 여러 형태의 글이고 책이다. 그러니 일단 아무거나 무조건 메모하고 기록해 두자. 메모는 돈이 안 들면서 많이 남는 꽤 괜찮은, 더 나아가서는 수지맞는 장사가 될 수 있다. 손해 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니 메모하자. 메모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고 일상이 되게 하자.

     

메모하는 것이 친구가 되면 삶이 더 즐거워지고 덜 지루해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니까. 그 친구와 자주 만나면 마음이 풍성해지고 정신세계가 윤택해진다. 그뿐 아니라 멋진 글도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메모는 일거양득이다.

(목, October 9, 2025: secondstepⒸ2025) ※ 전에 썼던 글을 수정 보완하면서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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