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5.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 마마글-마음에 쓰는 마음의 글: 믿음과 삶에 관하여 ◈

어린 시절에 종종 쓰던 말 중에 ‘군자는 대로행이요 현자는 첩경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시절 시골에서 살 때 가끔 조금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큰길을 놔두고 논두렁길로 다니곤 했다. 논두렁길로 가다 보면 종종 눈에 띄던 것들이 있었다.

     

농사철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물이 충분하게 채워졌다. 어떤 논들은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각각의 논은 논둑 중간 부분이나 끝부분에 약간 파서 위쪽 논의 물이 아래쪽 논으로 흘러가도록 해 놓은 부분이 있었다.

     

대개 그것들은 너무 얕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깊지 않게 적당하게 파 놓았다. 너무 얕게 파 놓으면 물이 흘러 내려갈 수가 없고 너무 깊고 많이 파 높으면 물이 너무 많이 흘러가서 오히려 위쪽 논이 피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놓음으로써 물이 모든 논에 골고루 공급되어 벼들이 잘 자라도록 해 주었다.

     

지금은 다 자라서 성인이 된 막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사회문제에 관한 과목을 들었는데, 비판의식이 강한 청소년기에 그 과목을 들으면서 사회의 여러 문제를 구체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 시기에 사회문제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쏟아놓곤 했다.

     

그때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조언해주었다. “네 눈에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면 돈을 많이 벌어라. 그래야 도울 수 있다. 아니면 능력을 갖추어 돈 많은 사람들을 움직여서 그들의 돈으로 그들을 위해 사용하게 하든지. 네 눈에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이면 사회-정치적 힘을 길러라. 그래야 그들을 도울 수 있고 사회 불평등과 사회구조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

     

“네 눈에 못 배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지식을 갖춰라. 그래야 그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물질이나 힘이나 지식이 없다면 마음만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먼저 너부터 준비하고 능력을 갖추어라.”

     

누군가에게 그리고 사회에 의미 있고 흔적이 남는 영향을 미치려면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준비하는 일은 특정한 시기에 급하게 집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평상시에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을 준비시킬 수 있어야 필요시에 의미 있게 쓰임 받을 수 있다.

     

하나님께 쓰임을 받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준비된 사람을 사용하신다. 그러니 하나님께 귀하고 의미 있게 쓰임을 받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제대로 갖추고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을 사용하실 수 없다. 준비하고 있으면 어느 날 반드시 기회가 오게 되어 있다.

     

잔은 채워져 있어야 흘려 보낼 수 있다. 나무는 잘 자라서 우거진 가지들을 지니고서 풍성하게 서 있어야 아낌없이 줄 수 있다. 우리 안이 채워져 있어야 필요할 때 꺼내서 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 준비는 의미 있고 바라는 일을 수행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어느 분야이든 무엇을 하든 좋은 마음만 가지고서는 원하는 것을 의미 있게 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이 그 마음과 바람에 상응하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자기 안에 가득 채워져 있어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게으름 피우지 말고 날마다 자기를 준비하고 또 자기 내면을 채우는 작업을 해가야 한다. 그런 사람만 지가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목, November 6, 2025: secondstepⒸ2025)

※ 전에 썼던 글을 수정 보완하여 고쳐 쓰다.

고향 마을의 논
고향 마을의 논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