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35. <베트게, 당신의 고귀한 수고가 참 아름답습니다>

최종 수정일: 1월 10일

◈ 마마글-마음에 쓰는 마음의 글: 믿음과 삶에 관하여 ◈

이 세상에는 어떤 사람이 자기가 수고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의 수고로 인해 그의 것으로 아름답게 전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기록물이다. 뛰어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한 권의 책도 쓰지 않고 말로 가르침만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제자 플라톤을 통해 그의 가르침이 문서로 전해지고 후대의 많은 사람이 그의 가르침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플라톤의 수고는 매우 아름답고 의미 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많은 가르침을 주셨으나 손수 책을 쓰지는 않으셨다. 후에 그의 제자들이 자기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들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들을 모아 예수님의 가르침을 문서로 만들어 후대에 전했다. 그것이 사복음서이다. 제자들의 수고는 대단히 아름답고 의미가 크다.

     

그뿐 아니라 만일 누가가 복음서를 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누가복음 2장에만 나오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그의 부모가] “사흘 후에 성전에서 만난즉 그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그들에게 듣기도 하시며 묻기도 하시니 듣는 자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기더라”[46-47절].

     

그리고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할 때 그와 함께하면서 그의 행적이 담긴 사도행전을 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바울의 전도 여행에 관한 많은 소중한 내용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의 수고는 숭고하고 아름답다.

     

독일의 군사 독재 정권에 맞서서 저항하다 감옥에 갇혀 결국 죽임을 당한 독일의 신학자 디이트리히 본회펴는 감옥에 있을 때 그의 제자이자 동료 목회자였던 에베르하르드 베트게와 서신을 교환하면서 소통했다. 또한 그의 부모와 가족들에게도 여러 통의 편지를 썼다.

     

베트게는 그것들을 잘 보관했고 발각되지 않도록 몰래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책으로 출판했다(본회퍼가 보낸 편지 중에는 분실된 것도 있다. 베트게가 체포될 때 신중을 기하려고 테겔 형무소로부터 받은 마지막 달의 편지를 없애 버렸다. 그러나 나머지는 안전하게 남았다). 그것이 바로 『옥중서간』(Letters & Papers from Prison)이다. 만일 베트게가 그 편지들을 읽고 버렸거나 무관심하게 아무 곳에나 두었다면 또는 그것들을 잘 보관하여 지키지 않았다면, 우리는 본회퍼의 편지들 속에 담긴 그의 소중한 사상들과 생각들을 접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베트게는 본회퍼보다 세 살 아래의 목사로서 고백교회에 봉사하면서 본회퍼의 비서로서 그의 활동을 도왔다. 그러나 그는 본회퍼의 계획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에 본회퍼와 진심 어린 우정이 담긴 편지를 교환했다. 그는 본회퍼가 옥중에서 쓴 편지와 『본회퍼 전집』 그리고 『윤리』를 편집했다. 본회퍼의 유고가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된 것은 전적으로 베트게의 헌신적인 수고와 노력 때문이었다(『옥중서간』, p. 267-8).

     

본회퍼의 『옥중서간』의 마지막 부분에는 “과거”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그의 약혼자였던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에게 쓴 것이라고 한다. 그 시의 마지막 부분이면서 그 책의 마지막 부분의 문장은 이렇다. “지나간 것 속에서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를 깨닫고, 하나님께서 그대를 오늘도 또한 내일도 보호하시기를 빈다.”

     

본회퍼가 말하듯이 우리가 지나온 삶의 거리에는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의 자취가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가 온전히 도래할 때까지 우리가 여전히 가야 할 길에도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가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하나님이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주님의 날개 아래 보호하시는 손길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들이다.

     

본회퍼는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 그리고 보호하심을 굳게 믿으면서 하나님의 미래 안에 있는 죽음을 향해서도 당당하게 나아갔다. 그는 자기 믿음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었고 행동하는 신학자였다. 그 책의 해설 부분의 마지막 문장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를 따르는 것이요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이다. 그의 사상은 복종의 사상이요, 39년간의 그의 생에 전체가 주에게 복종한 생활이었다. 그의 생애가 그의 신학의 가장 훌륭한 주석이라고 할 것이다”(p. 292).

     

믿음으로 살았던 삶이 곧 자기 믿음을 설명하는 주석이었던 사람, 그가 바로 본회퍼였다. 그의 그런 믿음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글들이 빛을 발하도록 수고가 베트게의 수고는 정말로 찬사를 받을 만하다. “당신, 정말로 수고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잘했습니다. 내가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그것들을 보관하고 책으로 만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금, December 26, 2025: mhparkⒸ2025)

디이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간>
디이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간>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