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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겨울 산책로를 걸으며 만난 것들>

◈ 마마글-마음에 쓰는 마음의 글: 믿음과 삶에 관하여 ◈

밖에서 볼일을 보고서 집으로 오는 길에 추운 날씨임에도 갑자기 평소에 아침마다 가던 산책로를 걷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겨울철이라 추워서 그곳에 가지 않은 지도 꽤 되었다. 그래서 차를 몰고 그쪽으로 향했다.

     

추위 때문인지 다른 계절에 비해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서너 사람이 운동 겸 산책하는 게 고작이었다. 조용히 걷는 데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산책로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 하얗게 남아 있었고 차가운 바람만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조금은 쌀쌀했지만 걷기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걸을 때마다 발에 밟히는 눈의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내 귓전에 경쾌하게 들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좌우를 들러보기도 했다. 잎들이 져서 앙상한 나무들만 서 있는 여기저기 하얗게 눈 덮인 숲은 약간 을씨년스럽고 매우 추워 보였다. 늦가을 날 떨어지지 않고 아직 나뭇가지에 드문드문 달린 갈색 잎들이 조금은 처량하게 보였다.

     

가지가 잘려 납작한 나뭇가지 그루터기 위에는 하얀 눈이 한 움큼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이 꼭 호빵 같아 보였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니 겨울철에 잘 어울리는 호호호 호빵이 생각났다.

     

조금 더 걸어가면서 매우 역설적인 모습과 만났다. 산책로 한쪽에는 잎이 다 떨어져 뼈만 앙상한 낙엽수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나란히 서 있는 사시사철 푸르른 침엽수들이 있다. 대단히 역설적이며 동시에 매우 교훈적이었다.

     

인생길을 걸을 때 어느 시점에서 마음에 눈 덮인 차가운 거리를 걷게 될 때가 있다. 인생의 한편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경험을 하겠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푸르른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생의 양면이다.

     

좀 더 걸어가다가 길옆에서 눈에 덮였으나 하늘을 향해 고개를 죽 내밀고 있는 풀들을 보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 속의 푸른 풀들을 보면서 생명의 힘을 보고 느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거나 덮쳐도 내적인 생명력만 잘 유지한다면 그 어려움 속에서도 고개를 들고 내밀 수 있음을 하찮은 작은 풀들을 통해 다시금 확인받게 되었다. 그 풀들이 나를 향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죽지 말고 어깨를 죽 펴고 당당하게 인생길을 걸어가라’라고 눈 속에서 고개를 들면서 소리쳐 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것들이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겨울 산책길을 걸으면서 만난 것들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은 쌀쌀하게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기분을 전환하기를 참 잘했다는 것이다. 산책로는 언제 걸어도 참 좋다.

(토, August 23, 2025: secondstepⒸ2025 [원본 기록일: 수/11/12/2024])

나무숲 터널 산책로의 겨울 얼굴
나무숲 터널 산책로의 겨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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