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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잠깐과 영원 사이에서 지혜의 작용>

◈ 마마글-마음에 쓰는 마음의 글: 믿음과 삶에 관하여 ◈

어느 날 한 대학생이 지금은 고인이 된 빌리 그래함 목사에게 그의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일(surprise)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한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인생이 짧다는 것이에요(the brevity of life)”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 우리가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는 이미 세월은 지나가 버렸고 삶은 거의 끝나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은 인간이 지닌 어리석음 중의 하나다. 애석하게도 이미 흘러가 버린 세월은 아무리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가 없다. 지나가 버린 시간은 그냥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물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어느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지나간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자기 삶에서 뜻깊은 의미를 지니려면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후회 없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들이면서 분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 지나간 것이 자기 인생에 크든 작든 영향을 주는 참다운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진정으로 그럴 때만 그렇게 유쾌하고도 가슴이 덜 허하게 노래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듯이 무심코 흘려보낸 시간, 곧 그냥 허비해 버려 자기 삶을 떠나 버린 과거의 시간은 아무리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도 사실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에서 특정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보내고 나면 후회만 남고 허무해질 뿐이다. 지나간 것이 모두 의미를 지니려면 그 시간에 자기의 최선의 삶을 담아야 한다. 그래서 시간의 소중함, 시간의 빠름, 시간의 지혜로운 사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간은 금이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곧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생의 후회를 줄이고 더 의미 있고 풍성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두 가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분명 지혜 있는 삶이다.

     

하나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살지 않는 것이다. 젊음이 영원토록 지속될 것처럼 살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은 큰 착각이다. 그렇게 살면 머지않아 인생의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어느 순간에 내면 깊은 곳으로 인생의 덧없음이 아주 가슴 시리게 파고든다. 그때는 정말로 세월이 이미 지나가 버려서 인생이 거의 끝에 이른 때이다.

     

다른 하나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자기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지 않는 것이다. 짧음에 대한 지혜로운 처사는 그것을 인지하고 직시하면서 시간을 아끼는 것, 시간을 잘 활용하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영원에 대한 지혜로운 처사는, 삶은 이 세상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세계와 맞닿아 있고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직시하면서 영원한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함께 이 세상에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을 살고 영원 안에서 오늘을 사는 것이다. 영원한 삶의 양태는 이 세상에서의 삶의 양태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 구원의 삶을 살아야 영원히 구원의 삶을 살 수 있다.

     

성서적으로 보면 인생의 짧음을 존재의 영원과 연결 지어 “위로 향한 생명 길”(잠 15:24)로 걸어가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고후 4:18).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과 연결될 때만 참된 가치를 지니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잠깐은 영원과 연결될 때만 덧없음을 벗을 수 있다. 그런 선택을 하는 것만이 잠깐과 영원 사이에서 지혜가 바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지혜가 지혜답게 된다.

     

보이는 것은 이 세상의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것은 모두 지나가는 것이다. 어느 것도 예외가 없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것은 ‘오는 세상’(엡 1:21)의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과 함께 드러나게 되고 보이게 되는 것이다.

     

오는 세상의 것은 영원히 서는 하나님의 말씀과 함께 결단코 지나가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나가는 것은 모두 지나가 버리고 영원히 지나가지 않는 새로운 것, 곧 ‘새롭게 되는 만물’(계 21:5)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지나가지 않는 것과 함께해야 거기에 설 수 있다. 하나님과 함께 서야 영광스러운 영원을 지닐 수 있다.

(일, November 30, 2025: secondstepⒸ2025) ※ 전에 썼던 글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고쳐 쓰다.

모래시계 속의 인간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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