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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상의 방식, 자기의 방식: 세상이 짜 놓은 판대로 살지 않기>

최종 수정일: 11월 11일

◈ 마마글-마음에 쓰는 마음의 글: 믿음과 삶에 관하여 ◈

가르치는 학교가 집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 적잖이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강의하러 갈 때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들으면서 가곤 했다. 그런 음악 중에 서유석 씨가 부른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을 때는 ‘뭔, 이런 노래가 다 있어?’라고 의아해하면서 정말로 많이 웃었다. 아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어떻게 이런 기가 막힌 노래를 만들 수 있지?”라고 감탄했다. 종종 갖는 생각이지만 작사가들과 작곡가들은 참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그날 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우리 집 둘째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면서 이렇게 물었다. “아들, 너 늙어 봤어? 나는 젊어 봤어.” 그랬더니 아들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다. “너도 나중에 늙어. 젊을 때 시간 관리 잘하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살아.”

     

그 노래 가사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세상 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하는가 / 세상은 삼십 년간 나를 속였다 /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이 노래를 즐겁게 들으면서 세 가지를 생각했다. 이 노래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이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자명한 것으로서 태어난 인간은 모두 예외 없이 인생의 사계절을 거치면서 죽음을 향해 계속해서 늙어간다는 것이다. 태어난 인간은 죽어가는 인간이다. 청춘은 젊음을 잃으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늘 그것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 번뿐인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보낼 수 있다.

     

둘째는 세상은 절대로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정적인 사고가 아니다. 현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보면, 세상은 유형의 무형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은 분명 존재하나 그것의 실체는 보이지 않게 움직인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해 자각하면서 그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세상이 제시하고 가르치는 것을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그것에 따라 세상이 이끄는 대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나중에 인생의 어느 시점에 그렇게 산 것을 후회한다.

     

세상은 결코 우리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에게 가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설사 세상의 방식대로 살아가려면 최소한 그것의 옳고 그름은 생각해보고 그렇게 해야 한다.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자기 인생인데 아무렇게나 방치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셋째는 죽을 때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활기차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인생의 활력이 꼭 신체적 조건이나 상태 또는 물리적 나이에 비례하는 게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활력적으로 보면 세상에는 노인 같은 청년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세상에는 청년 같은 노인도 적지 않게 있다. 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여기면서 활력적으로 산다.

     

이 노래에 나오는 노인은 그같이 대단히 푸릇푸릇하고 활력적인 노인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그런 청년 같은 노인을 30년간 속였다. 은퇴하고 나면 늙었으니까 다른 것 하지 말고 조용히 살면서 죽을 준비나 하라고. 그런데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여기고 실제로 죽음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럭저럭 살았는데 살다 보니 어느덧 90세까지 살았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이다.

     

문제는 무언가를 하면서, 특별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30년을 더 의미 있고 활기차게 살 수 있었는데 세상이 말하고 짜 놓은 틀과 관념대로 살다 보니 그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깨닫고 또 그렇게 산 것을 후회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새 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주 현명하고 잘한 결정이다. 그는 남은 인생을 전과는 다르게 살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매우 활력적으로 살 것이다.

     

노래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세상은 나이 들면 뒷방 늙은이로 살라고 하지만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은 젊은이의 것이니, 세상에서는 젊은 분들이 살 터이니 늙은이들은 뒷방에서, 공원에서 죽 때리고 있으라고 할 때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공원 죽돌이나 죽순이로 살지 말라는 것이다. 회전목마처럼 세상 주변에서 공원 주변에서 기웃거리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을 할 일 없이 보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늙었어도 아직 살날이 많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세상의 중심부에서 활기차게 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상의 편협된 논리를 거부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세상은 늘 그렇다. 세상의 방식과 문화 그리고 논리는 우리를 자기 방식대로 사회화하고 문화화한다. 세상이 이끄는 대로 입 다물고 그냥 종속적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리고 그렇게 살면 나중에 분명 후회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상은 실체 없는 실체이다.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있기는 있는데 막상 필요할 때 잡으려면 없다. 분명 세상은 보이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군중 속에서 그리고 공존의 광야에서 우리 홀로 남는다. 그것이 세상이다. 현실 세계 속의 가상 세계 같은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리더이다. 그것도 영향력이 아주 강한 리더이다. 그런데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매우 나쁜 리더이다. 세상은 힘 있는 자들, 가진 자들, 권력자들 또는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서 이용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세상이 제시하는 대로 인생을 살다가는 나중에 그렇게 산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해도 세상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의 책임으로만 남는다. 그래서 세상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그것이 세상에 대해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에 많이 속고 산다. 언론에 속고 정치에 속고 경제에 속고 사상에 속고 사회 전반에 속고 심지어는 종교에 속고 산다. 세상이 만들어 놓고 짜놓은 틀, 파놓은 도랑을 따라 그냥 흘러간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인생의 남은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절대로 세상을 믿지 말아야 한다. 생각 없이 따르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때는 후회해도 정말로 이미 늦다. 진짜로 늙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중의 하나는 남의 인생 주변에서 자기 인생을 소비하며 사는 사람이다. 주체적으로 살지 않고 객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말라거나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지 말라거나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이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누구를 도와주거나 협력하거나 할 때도 자기 인생의 큰 그림 안에서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즉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면서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남의 인생의 조연이나 행인 역할만 하지 말고 자기 인생의 주연으로 살라는 것이다. 자기 인생의 주연으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정체성과 인생의 방향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더더욱 세상이 제시하는 틀대로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비평적 성찰을 통해 바른 것을 분별하면서 어렵더라도 거기에 맞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권면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세대를 무분별하게 따르면서 살다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고 떠나고 있으며 떠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것은 허망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좋다.

(토, November 8, 2025: secondstepⒸ2025) ※ 전에 썼던 글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고쳐 쓰다.

인생길의 두 가지 방식: 세상 방식 vs 자기 방식
인생길의 두 가지 방식: 세상 방식 vs 자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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